영주역에서 나와 STAXX 방향으로 걷다보면, 육거리 모퉁이에서 분홍빛 가게 하나가 반겨줍니다. 낮에는 햇살처럼, 해가 진 후에는 조명처럼 빛나는 이곳은 꽃집 아이로즈유인데요. 꽃은 물론,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알려주는 소품까지 판매하고 있는 이 곳은 작지만 다정한, 선물같은 공간이에요. 이곳을 운영하는 김은비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STAXX: 대표님 안녕하세요! 먼저 아이로즈유와, 대표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려요.
김은비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영주 남부 육거리에 위치한 24시간 운영되는 꽃집 아이로즈유를 운영하고 있는 김은비라고 합니다. 아이로즈유는 꽃 뿐만 아니라 식집사라면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과, 식물에게 필요한 다양한 소품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이로즈유는 2년 째 운영중이고, 플로리스트로 일한지는 6년 정도 되었네요.
STAXX: 어머님께서도 영주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대표님이 플로리스트가 된 건 어머님의 영향이 컸을까요? 어려서부터 꽃과 친숙했을 것 같아요.
김은비 대표: 네, 어머니께서 아주 오래전부터 꽃집을 운영하셨어요. 유치원 다닐 때 부터 봐 왔기 때문에 저한테는 익숙하긴 해요. 학생일 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잖아요. 저는 늘 ‘꽃집 사장님’을 적었어요. 꽃이 익숙한건 맞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경험을 했어요. 다른 회사에 취업도 했었는데,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니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게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엄마 가게에 ‘취직’을 해서 일을 했죠. 월급도 받았어요.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서만 꽃을 경험하다가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친한 언니의 권유로 플로리스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을 통해 꽃을 배웠어요. 플로리스트가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김은비 대표: 내가 선택해서 이 일을 하는거지, 할 게 없어서 하는게 아니다 라는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러 길을 거쳐왔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거니까요.
STAXX: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표현이 참 당차고 멋지게 느껴져요. 꽃집을 운영하면서 기분 좋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반대로 힘들었던 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김은비 대표: 저는 꽃을 팔 때 기분이 좋아요. 왜냐하면 꽃을 선물할 때는 대부분 특별한 순간이고, 구매하는 사람의 감정이 담기니까요. 그래서 제 꽃이 좋은 선물이 되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스승의 날에 어린 학생들이 밤늦게 선생님께 드릴 꽃을 사러 왔던 경험이라던지, 결혼기념일을 위해 퇴근길에 꽃을 사러온 손님 같은 경우요. 근조화를 준비할 때에도 감사를 전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참 뜻깊게 기억에 남아요. 반대로 힘들었던 점이라고 하면 꽃보다는 사람인 것 같네요. 그래도 부모님이라는 좋은 선배가 가까이에 계시니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만난 손님들 대부분이 유연하게 잘 넘어가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다행이었고요. 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도 많아요. 아이로즈유가 처음부터 24시간 운영을 한 건 아니었는데, 퇴근 후에 ‘지금 꽃 살 수 있어요?’하고 전화로 묻는 손님들이 많더라구요. 손님 한명이라도 놓치면 아쉽잖아요. 영주에 늦게까지 운영하는 꽃집이 없기도 하구요. 그래서 밤 늦은 시간에는 무인으로라도 24시간 운영을 하게 된건데, 처음에는 재고가 많아서 난처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수량 조절에 감이 좀 생기기도 했고, 예약을 받기도 해서 재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STAXX: 맞아요. 경험하면서 배움이 쌓일 때 비로소 내가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건 저희 인터뷰의 고정 질문인데, 내가 어떤 능력을 ‘선물’처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으세요?
김은비 대표: 선물을 여러개 받을 수는 없나요? 꽃집에 있다보면 타지에서 영주로 놀러온 사람들이 가끔 방문해요. 와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지? 싶다가도 어떻게 저런 고객을 늘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좀 해봤어요. 그래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알아보고 했는데 좀 어렵더라구요. 컨셉이나 브랜딩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온라인을 통해 좋은 사례들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것에 잘 적용하는 건 또 어렵더라구요. 제품을 잘 만드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잘 하는 사람들의 것들을 참고하다 보면 그 속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들지 않을까 하고요
STAXX: 일 말고 삶에서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얼마 전 STAXX 1층 카페에서 대표님이 노래하시는걸 봤어요. 취미로 밴드를 하고 계시는 줄 몰랐는데 너무 멋지더라구요.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세요?
김은비 대표: 네. 취미로 밴드와 풋살을 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활동? 활동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 느낌인데요. 그냥 하고 싶은걸 하는 울타리인 것 같아요. 저는 조용한 성격이라 집하고 가게만 반복했는데요, 축구를 해보고 싶다 생각을 갖고만 있었을 때 여성 풋살팀 팀원을 모집한다는 페이스북 공지를 보게 되었어요. 사람을 만나는게 처음엔 좀 어렵긴하더라구요. 저는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풋살을 하다보니 많이 성장했단 생각이 들어요. 풋살을 할 때도 그렇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요. 풋살 팀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처음엔 다 친해지고 싶은데 또 그럴 수가 없어서 그게 스트레스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결국 우리는 ‘한 팀’이잖아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한 팀이라니. 그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STAXX: 저처럼 조용한 성격이면서, 또 이 지역에 온지 얼마 안된 사람도 커뮤니티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김은비 대표: 물론이죠! 저희 풋살 팀에서 만난 언니도 서울사람인데 텃세가 없어서 좋았대요. ‘커뮤니티’라는 멋진 단어를 쓰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걸 기대한다면 사실 좀 다를 순 있을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걸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좋은게 아닐까요? 저는 매니저님도 저희 풋살팀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STAXX: 저 진짜 한번 생각해볼게요! 풋살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망설여지지만요.ㅎㅎㅎ 저에게 이렇게 제안해주신 것 처럼, 영주에서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영주에서 일하는 것, 그것만의 매력이 있나요?
김은비 대표: 저같은 경우는 여기가 고향이다보니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고 저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이 장점을 두고 굳이 다른 곳에 갈 이유가 있나 싶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영주는 정이 많고 텃세가 없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문화공간이 적긴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제가 풋살 팀과 밴드에 들어간 것 처럼요!
STAXX: 꽃집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싶은걸 어떻게든 해내며 살아가는 대표님이 참 멋져요.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한 삶이 이토록 다정한 ‘분홍빛’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